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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안] 수학여행, 체험학습 멈춤의 진짜 원인은 '책임의 독박'이다: 교육감 후보들에게 고함

2 조회약 1개월 전
서울시지방선거2026
한종

한종수

작성자

쌍둥이 부모로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학교 상황을 실견하고 느낀 점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학교 현장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봄철 소풍과 수학여행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구더기 무서워 장독 없애는 격"이라며 교사들의 소극 행정을 질타하지만, 이는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비정한 진단입니다. 지금 선생님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구더기'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무한 책임의 굴레'입니다.

첫째, 교사의 선의가 범죄가 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현장 체험학습 중 발생하는 사고는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 기관은 교사의 관리 소홀을 먼저 의심하고, 학부모는 거액의 민사 소송을 제기합니다. 교육적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인솔했던 교사가 순식간에 피의자가 되고, 부모님들의 질타와 배상금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선뜻 체험학습을 떠나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정치권이나 차기 교육감은 '교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교육 활동 중 사고에 대한 형사 면책권' 확보를 위해 법 개정에 앞장서야 합니다.

둘째, 민사적 책임의 주체를 교사에서 교육청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현재의 학교안전공제회 시스템은 보상 범위가 제한적이며, 교사가 직접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교육감은 사고 발생 시 '교육청 전담 변호사 및 대응팀'이 즉각 투입되어 교사를 대신해 모든 법적 절차를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배상 책임 또한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청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국가(교육청) 책임제'를 실현하여, 교사가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합니다.

셋째, 교권 침해를 막는 것이 곧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는 길입니다.

체험학습 취소 사태는 무너진 교권의 단면을 보여주는 서글픈 상징입니다. 정당한 훈육조차 아동학대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감 후보들은 단순히 체험학습 재개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외부 인력 지원(안전요원 확대)과 행정 업무 경감을 통해 교사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어야 합니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장독을 지키기 위해선 함께 짐을 나누어야 합니다.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장독이 깨졌을 때 그 파편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 오직 교사뿐이라면, 그 누구도 그 장독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되찾아주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후보들은 교사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법적 보호와 제도적 지원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약속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손이 떨리지 않아야, 우리 아이들의 손을 더 굳게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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